도서관과 사서의 미래를 준비하다 - R. 데이비드 랭크스 교수 인터뷰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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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 오스틴(Austin) 캠퍼스 정보대학원 R. 데이비드 랭크스(R. David Lankes)교수는 “도서관의 미래라는 것은 없다(there is no future for libraries)”고 결론을 내렸다(참고: 한국 도서관의 미래①, 한국도서관의 미래②). 「The New Librarianship Field Guide」, 「The Atlas of New Librarianship」 등 다수의 사서 지침서를 출판하고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ALA)가 정보사서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이사도어 길버트 머지(Isadore Gilbert Mudge Award)’ 상을 수상한 그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의외다.

랭크스 교수는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하여 서가를 둘러 보고 서고에서 정보를 찾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가 끝났다고 하여 도서관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지금과 같이 사람들이 책을 보고 정보를 찾는 그러한 종류의 도서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특징을 반영한 다양한 모습의 도서관이 생겨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늘 월드라이브러리에서는 랭크스 교수와 그가 주장해왔던 이야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문헌정보학 교육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 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우리 도서관과 사서들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기대한다.



사진 1.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77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랭크스 교수 발표 사진(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월드라이브러리: 월드라이브러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먼저 교수님께서 작년 10월 국립중앙도서관에 방문하여 강연하셨던 이야기에 대해 여쭤보고자 하는데요, 교수님께서 앞으로 도서관의 똑같은 미래라는 것은 없고 모든 도서관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갈 것이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랭크스 교수: 도서관의 모습은 언제나 도서관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는 공동체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한국 국민들의 필요에 맞는 장서를 갖고 있고, 또한 한국의 발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디지털 도서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웰니스(wellness) 프로그램이 많은 반면, 학술도서관은 연구지원 활동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장서나 (학술도서관, 공공도서관, 정부도서관 등) 도서관 유형에서만 그러한 고유성이 두드러졌지만,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그것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구산동에 있는 공공도서관과 순천에 있는 공공도서관이 같은 방식으로 조직될 필요가 없습니다. 도서관의 장서가 도서관의 서비스를 받는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면 그 공동체의 고유성이 드러납니다. 어떤 지역사회가 예술 분야로 유명하다면 그 지역의 도서관은 갤러리처럼 보일 수 있겠지요. 제조업이 강한 지역이라면 도서관이 독서보다는 메이커스페이스에 방점을 둘 수 있을 것입니다.
서비스 대상 집단이 진정 동등한 주체로 참여한다면, 각 도서관이 해당 공동체에 맞추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또한 공동체가 도서관을 신뢰하고 도서관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월드라이브러리: 한국에서 만났던 사서들 중에 이 사서가 바로 내가 말하는 ‘미래의 사서다’라고 생각하셨던 분이 있으시면 그 분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랭크스 교수: 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사서들 중에 그런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도서관정보학 학위가 있는 분도 있고 없는 분도 있었는데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만났던 사서 중에는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님이 생각이 납니다. 그러한 분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들이 지역사회에 보여준 헌신이 인상깊었기 때문입니다. (서가와 책상 등으로) 도서관을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보고 거기에 맞는 도서관의 모습을 찾아낸 것이죠.
구산동도서관마을이나 맨발동무도서관, 라이브러리 티티섬, 마포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과 같은 도서관은 모두 도서관의 미래와 잠재력을 포착했습니다. 이들 도서관은 건물과 조직이 서로 상이하지만, 모두가 매우 지역화돼 있으면서도 공동체의 보다 나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월드라이브러리: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미래의 사서의 모습은 마치 사회복지사 같은 모습인데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서와 사회복지사와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사서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업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랭크스 교수: 미래의 사서는 사회복지사와는 다릅니다. 사회복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서비스를 매칭시키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분야죠. 그러한 정부 서비스는 음식이나 정신건강서비스, 주거와 같은 것을 지원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사서들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정규직으로 사회복지사를 고용하는 도서관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사서들은 지식을 생성함으로써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도록 돕는 것이죠. 사서를 규정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사회복지와 공유하는) 사명, 그 사명을 달성하는 수단(상당 부분은 교사와 비슷함), 그리고 활동의 동력이 되는 가치입니다.
사회복지사와 달리 사서들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정보를 찾아 조직하는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서들이 가장 최근에 습득한 기술로써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은 사람들의 활동을 돕는 것(facilitation)입니다. 사서들은 일대일로만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마을, 대학교, 초·중·고등학교)를 상대합니다. 우리는 가르치지는 않지만 열정을 지닌 사람을 같은 열정을 지닌 다른 사람들과 도구 또는 기회와 연결시킵니다.
월드라이브러리: 지역사회가 원하는 사서를 양성하기 위해서 대학에서의 사서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할까요?
랭크스 교수: 사서의 역량과 관련해서 제가 도서관들로부터 계속해서 듣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대하는 기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문헌정보학 과정이 도서관 자체, 즉 도서관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필요로 하는 사서는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역량이 있는 사서입니다.
우리가 흔히 대인관계 기술이나 지역사회 연계기술 또는 연성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을 저는 ‘facilitation’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것은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협력해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자료, 공간, 프로그램, 포럼)를 구축하고 조달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 마을이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교수들이 보다 나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공직자들이 보다 공정한 법률을 통과시키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기술적인 분야에서 목록화 작업을 하는) 테크닉적인 기술과 더불어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사서들은 해당 공동체의 문화를 파악하고 그 문화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과 함께 또한 공동체 내에서 훈련된 옹호자이자 활동가가 되어야 합니다. 사서들은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변화와 공정한 시스템을 추구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마을과 학교에서 민주주의의 개념을 증진하는 역량이 포함됩니다.
월드라이브러리: 마지막으로 현재의 사서들과 사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선배 사서, 문헌정보학 교육자로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랭크스 교수: 랑가나단(Ranganathan)은 사서 업무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A. 책은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Books are for use.)
B. 모든 독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이 있다. (Every person his or her book)
C. 모든 책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있다. (Every book its reader)
D.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라. (Save the time of the reader.)
E.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이다. (Library is a growing organism.)
그동안 이 원칙을 확장하거나 갱신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랑가나단이 규정한 원칙이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 원칙에서 ‘책’을 ‘자원과 서비스’(서비스는 이용되기 위한 것이다)로 확대할 수 있겠지요. 또한 도서관이 사람들의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면서 독자가 회원 또는 단순히 ‘사람’이 되었습니다.
랑가나단은 분명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었지만,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법칙을 바탕으로 다섯 가지를 추론하였는데, 그러한 추론은 사서와 도서관이 위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랑가나단의 법칙에서 얻은 저의 추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서의 사명은 공동체 내에서 지식 생성을 증진함으로써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2. 사서가 되는 것은 공동체 내에서 급진적이고 긍정적인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3. 책이 가득 차 있는 방은 서재이고, 비어 있지만 공동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가 있는 방은 도서관이다.
4. 나쁜 도서관은 장서를 구축하고, 좋은 도서관은 서비스를 구축하고, 훌륭한 도서관은 공동체를 구축한다.
5. 도서관은 위험한 아이디어들을 탐색해보는 안전한 공간이다.

인터뷰_계난영
담당부서 : 국제교류홍보팀 (02-590-07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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