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라이브러리
사서칼럼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4-10-08
- 조회 392
글_ 스테파니 카스트너(Stefanie Kastner) 독일문화원 도서관부 부장, 고란 불리노빅(Goran Vulinovic) 독일문화원 가상현실·증강현실·게임/영화 정보 데이터베이스 컨설턴트 |
현
실과 가상 세계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문화기관들 역시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개인으로서 그리고 아바타로서 무한한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감에 따라 도서관도 물리적인 건물 너머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생생하고 매력적인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가상세계에서 도서관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가상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도서관이 어떻게 이용자들에게 지식과 문화 및 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지, 메타버스에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탐색할 것이다.
메타버스,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1) 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며, 특정 회사와 연관된 것도 아니다. 이용자들이 디지털 세계를 탐험하고,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몰입형의 대화형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다. 컴퓨터 화면을 넘어서 이용자들이 교류하고, 네트워킹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디지털 세계이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가상 환경에서 극장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 일선의 문화기관들은 지식과 기술, 상상력을 매혹적으로 융합시키는 행위자로 발전해 왔다.
이 글에서 우리는 메타버스가 어떻게 우리의 학습 방식을 바꾸는지, 우리에게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는지, 어떻게 혁신을 증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 세계적인 공동체를 구축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메타버스는 또한 포용성과 다양성, 사회적 상호작용의 증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허브로 기능할 수 있다.
가상의 도서관 공간은 아날로그와 하이브리드 및 디지털 공간의 확장형이 될 수 있다. 몰입형 학습과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고, 상업적 서비스에 대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미디어 교육 장소가 될 수 있고, 새로운 이용자 집단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 내의 도서관은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또는 훨씬 더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VR 헤드셋과 같은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의 활동에 유리한 조건이 많다. 독일문화원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독일연방정부의 문화기관이다. 독일문화원은 98개국에 151개소가 있는데, 국제적인 환경에서 문화교류와 교육 및 사회적 대화를 증진하고, 독일어 교육과 학습을 지원한다. 65개국에 있는 87개 독일문화원 산하 도서관은 학습과 만남, 참여의 공간이다. 이들 도서관은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이용하며, 디지털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을 탐색하고, 그것이 사람들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첫 번째 VR 경험
체코 프라하의 독일문화원은 2018년에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미카 존슨(Mika Johnson)의 팀과 협력하여 VR 프로젝트 ‘VR반들룽(VRwandlung)’을 개발함으로써 전 세계 독일문화원 중 최초로 몰입형 가상세계에 진입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VR 기술에 의해 처음으로 생생하게 구현되어 원작 소설을 충실하게 재현한 방에서 이용자들이 거대한 벌레와 함께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
사진1. 카프카와 VR (출처: 독일문화원)
같은 해에 미국 보스턴의 독일문화원은 콜론 게임 랩(Cologne Game Lab)과 함께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한 ‘버추얼 바우하우스(Virtual Bauhaus)’를 제작했다. 버추얼 바우하우스에서 방문자들은 VR을 이용해 독일 데사우에 있는 바우하우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이 아트스쿨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2. 버추얼 바우하우스 (출처: 독일문화원)
사진3. 인피닛 라이브러리 (출처: 독일문화원/하이 로드 스토리즈(High Road Stories))
인도 뉴델리에 있는 독일문화원 막스 뮐러관(Max Mueller Bhavan)이 2022년에 제작한 ‘인피닛 라이브러리(Infinite Library)’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식 보관 방식과 아카이브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서사적이고 다중 감각적인 몰입형 VR 체험관이다. 이를 통해 막스 뮐러관은 다양한 미디어를 서로 연결하고 방문자들이 멀티미디어 형태의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는 대화형 공간으로 도서관을 변신시켰다.
이 세 사례는 전 세계의 독일문화원과 소속 도서관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여러 몰입형 VR 체험관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VR 체험관을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혁신적인 파워와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다.
단일 이용자 체험에서 다중 이용자 체험으로
1인용 VR 체험에서는 이용자 한 명이 중심이 된다. 이용자는 특별히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 환경에서 행동하며 전체 경험이 이용자 한 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가상 세계에서 동시에 여러 명이 상호작용하는 다중 이용자 체험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메타버스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며, 그로 인해 수많은 기회의 문이 열린다. 이용자들은 가상의 세계에 참여하여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교류하는데, 1인용 체험에서는 이러한 것이 불가능하다.
메타버스에서 다중 이용자 체험이 개발되면서 VR이 매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VR과 증강 기술 및 플랫폼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메타버스가 보다 많은 혁신과 기회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체험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물리적인 이동이 제한되면서 여러 독일문화원에서는 줌(Zoom)이나 마이크로 팀즈(Microsoft Teams)가 아닌 3차원 디지털 공간에서 모이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예술 작품과 몰입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가상 환경과 포맷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다.
그 첫 번째 예가 ‘어 메이즈 기차역(A MAZE Train Station)’이다. 2018년과 2019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독일문화원은 ‘트레인 잼(train jam)’이라 불리는 기차 게임 여행에 게임 개발자들을 초대했다. 전 세계에서 40여 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참여하여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33시간 동안 함께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게임을 개발하고, 독립적인 게임 축제인 플레이토피아(Playtopia)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12월에는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로 인해 더 이상 물리적인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메타버스 개발팀이 게임과 놀이형 미디어에 기반한 국제적인 축제인 ‘어 메이즈(A MAZE)’와 협력하여 게임 개발자들이 몰입형 가상 기차역에서 만나는 ‘어 메이즈 기차역’을 만들었다. 건축가와 음향 디자이너 및 게임월드빌더2)들이 참여하여 개발한 이 기차역은 VR 챗(Chat) 플랫폼에서 구현되는데, 수많은 아바타와 상호작용 옵션 그리고 활발한 커뮤니티가 있는 다양한 가상 세계를 제공한다. 그러한 세계들은 VR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고성능 컴퓨터나 노트북이 있다면 VR 헤드셋 없이 일반 화면에서도 실행할 수 있다.
사진4. VR 챗에서 실행 중인 ‘어 메이즈 트레인 잼 (출처: 독일문화원)
벨라루스 민스크의 독일문화원은 정치적인 이유로 활동이 중단되었으나, 인터뷰와 회의, 패널 토의 등을 지원하는 독일의 한 가상 스튜디오와 함께 VR챗에서 자체적인 세상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링크나 초대를 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억압적인 정치체제 속에서 오프라인 행사가 불가능할 때는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고성능 노트북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VR챗의 하드웨어 요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진5. 괴테-VR-스튜디오 (출처: 독일문화원)
또한, 독일문화원은 사회적 VR 플랫폼인 ‘모질라 허브(Mozilla Hubs)’(현재는 단종되어 오픈 소스 형태로만 제공)에서 가상공간을 실험해 보았다. 이 플랫폼은 전문 VR 하드웨어 없이 일반 인터넷 브라우저에서도 아바타를 이용해서 몰입적이고 협력적인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VR 헤드셋이 있으면 보다 몰입적이고 현실감 있는 경험이 가능하다. ‘모질라 허브’의 장점 중 하나는 로그인을 하지 않고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브라질 살바도르 데 바히야의 독일문화원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빌라 술(Vila Sul)’은 ‘모질라 허브’에서 현실 속의 독일문화원과 똑같은 갤러리와 극장, 도서관, 안뜰을 가상으로 만들었다. 이 독일문화원은 현재 전시회 포맷과 공연, 콘텐츠 접근성, 레지던시 등을 통해 이 디지털 환경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6. 빌라 술(Vila Sul) (출처: 독일문화원)
또 다른 예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독일문화원이 ‘모질라 허브’에서 구현한 가상 축제 ‘도이칠란드-익스프레스(Deutschland-Express)’이다. 2021년에는 러시아에서 기념하는 ‘독일의 해’를 맞아 소셜미디어 채널과 누리집에서의 스트리밍, 라이브 이벤트, 3D 기차에서의 만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48개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3D 환경에서 진행된 3개의 전시회에서는 러시아와 독일의 아티스트들이 시각적인 연결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각 전시회는 초대 손님과 아티스트들이 아바타의 형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가상 특별전시회로 시작했으며, 독일과 러시아의 작가와 전문가 및 문화계 인사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청중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5,000여 명이 ‘도이칠란드-익스프레스’ 가상 기차를 방문했다.
사진7. 도이칠란드-익스프레스 (출처: 독일문화원)
이러한 예는 디지털 세상에서 3차원적인 공간을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했으며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최근 들어 많은 이용자들이 디지털의 장점을 발견하면서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에서 벗어나고 있다. 디지털 포맷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또한 다른 방식으로는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연결시켜 준다.
프로젝트로 고안된 이러한 가상 세계들은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특정 기간에 한정된 프로젝트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플랫폼마다 다른 표준과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상 세계들 간의 상호작용과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 VR)’이나 ‘모질라 허브’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플랫폼이 단종될 수도 있다. 또한 가상 세계마다 이용하는 플랫폼이 다르면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모두를 위한 하나의 세상
이와 같은 경험과 독일문화원 생태계 내에서의 가상 환경에 대한 높은 수요를 고려하여 독일문화원 전체 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3차원 세계를 만들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람들이 만나고, 협력하고, 배우고,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 스마트폰이나 VR헤드셋,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를 이용해서 들어올 수 있는 세상. 포용적이고 안전한 세상.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괴테VR숨(GoetheVRsum)’이다.
2021년 중반부터 독일과 해외의 여러 독일문화원에 근무하는 14명의 동료들이 다학제적이고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그러한 모든 요건을 하나의 세상에 담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 방법을 강구했다.
기관 내의 다른 직원들과 문화 중재자, 예술가 및 프로그래머들과의 논의를 통해 교류와 학습, 네트워킹, 공동제작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공간의 네 가지 영역이 규명되었다.
1. 정보 및 문화 행사와 네트워킹
이 디지털 공간은 특히 다양한 정보/문화 행사를 위한 장소로써 설계한다. 토론과 프레젠테이션, 대화형 경험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역동적인 플랫폼의 구축에 초점을 둔다. 온라인 콘퍼런스에서부터 상호적인 워크숍과 문화축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중들에게 매력적이며 참가자들 간의 대화를 독려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한다. 정보/문화 행사에 포커스를 맞추면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활기 있고 상호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공간의 목적은 문화적(문화 간) 대화를 증진하고, 아이디어와 관점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2. 아티스트들의 교류와 레지던시, 창작, 작품 발표와 접수
이 공간의 목적은 아티스트들에게 아이디어 교환, 레지던시, 창작 작업, 작품 발표와 접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디지털 공간은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개발될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터 역할을 할 것이다.
3.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언어 교육
이 디지털 공간은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언어 교육 및 학습을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다양한 포맷을 이용하여 초급과 상급 학습자 모두에게 적합한 융통성 있고 이용하기 쉬운 학습 환경을 구축한다.
4. 디지털 아카이브(일반인도 이용 가능)
기관 내부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구축이 중요하다. 이 아카이브는 광범위한 프로젝트와 정보 컬렉션을 디지털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들을 상세히 분석한 결과, 특히 기술적, 재정적,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각 영역에 다양한 접근법과 요건이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러한 것을 한꺼번에 모두 실현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프로젝트팀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별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괴테VR숨은 먼저 행사와 교류 및 네트워킹을 위한 가상세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공간은 자원과 기술이 확보되는 대로 위에서 언급한 다른 영역들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팀은 최대한 접근성이 높고, 포용적이고, 이용자 친화적이고, 직관적이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4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이러한 기준은 참가자들에게 긍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1. 접근성
이 디지털 공간의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접근성이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기술적 배경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장벽을 없애야 한다. 가상 세계는 VR 헤드셋을 이용해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만, 또한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그리고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서도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
2. 이용자 친화성
참가자들이 디지털 공간을 쉽게 탐색할 수 있으려면 직관적인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명료한 지침과 단순한 상호작용, 분명한 구조를 통해 최대한 원활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3.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디자인
시각적인 디자인을 통해 생기 넘치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참가자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 형식의 접근법과 대화형 요소들을 이용하여 이벤트를 더욱 역동적이고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4.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참가자들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옵션과 조치를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원치 않는 사건이 발생할 위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술적인 보안과 안전성 외에도 참가자들이 감정적으로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환경, 분명한 행동 지침, 조정자가 있는 토론은 긍정적이고 안전한 공동체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2022년 1월에 ‘모질라 허브’에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다. 이 프로토타입은 독일문화원이 디지털을 주제로 패널 토론, 인터뷰, 전시회를 진행한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 축제에서 이용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토타입은 여러 플랫폼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기능이 다소 제한되더라도 로그인 없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옵션을 선호했다. 참가자들은 이 프로토타입의 미적 디자인과 다양성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시각적인 어필과 창의적인 요소들도 참가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도 있었다. 소수의 참가자들이 기술적인 문제를 경험했고, 사용 설명서에서 일부 모호한 부분이 확인되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공간 음향과 거리감에 익숙하지 않아 방향 감각을 잃었는데 그로 인해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공간 안에 동시에 많은 아바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바타의 모양이 제한된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토타입은 생기 넘치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표의 모든 측면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받았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피드백과 인식은 이 가상 세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사진8. 모질라 허브‘의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 (출처: 독일문화원)
‘영원한 베타’ 축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오픈 소스 엔진인 고도(Godot)를 플랫폼으로 이용해 보았다. 고도로 플랫폼을 바꾼 것은 장단점이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개발의 자유가 훨씬 커졌다는 점이었다.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자유롭게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변경할 수 있었다. 고도가 갖고 있는 이러한 융통성은 프로젝트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개발자들은 다양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구현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가상 세계를 실험해 보았다. 일례로, 섬에서 예술 작품을 전시해 보고, 언어 학습에서는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면서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고도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모든 것을 프로그램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기성 플랫폼 제품을 이용하자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갖고 있는 자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문제는 가상 세계를 구현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최적의 플랫폼을 찾기 위해서 프로젝트팀은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25개가 넘는 플랫폼을 집중적으로 시험하면서 기술적 성능에서부터 이용자 친화성에 이르는 다양한 측면들을 평가했다. 또한 메타버스 분야의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과도 협의했다.
여러 전문가와의 논의는 기술적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위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가상 세계에 담을 이야기와 그것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개발했다. 그 결과, 바우하우스 건물을 영감으로 한 디자인에 의견이 모아졌는데, 바우하우스가 독일과 연관이 있고 혁신을 상징한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바우하우스의 기본 철학은 사회적인 차이를 없애고 사람들 간의 차이와 성평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독일문화원의 비전, 사명, 활동과 잘 맞았다. 또한 명료하고 기능적인 원칙과 바우하우스의 기하학적 모양에 기반한 디자인을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모바일 데이터가 비싼 지역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성격과 예술 및 디자인에서의 혁신은 가상 세계의 개발 요건에 부합하며 창의적인 실험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세상은 제한된 예산 내에서 개발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으로 견실한 플랫폼에서 실현될 것이다.
여러 플랫폼을 시험해서 7개의 플랫폼을 고른 후 다시 위의 기준에 맞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인게이지 XR(Engage XR)’ 플랫폼이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게이지 XR’은 참가자가 많은 대규모 행사까지도 지원하는 높은 확장성이 인상적이었다. 멀티 플랫폼 덕분에 이용자들은 하드웨어나 장소에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다. ‘인게이지 XR’은 또한 대화형 화이트보드, 함께 조작할 수 있는 3D 오브젝트, 프레젠테이션과 비디오 상영이 가능한 통합 미디어 플레이어 등 다양한 협력형 도구들을 제공했다. 각 방과 아바타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폭이 상당히 넓다. 이용자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설계되어 기술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은 보안과 데이터 보호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다. ‘인게이지 XR’은 이용자 액세스와 인증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도구를 제공하며, 유럽 데이터보호법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킨다.
이렇게 플랫폼을 선정한 후 2024년 초부터 괴테VR숨(GoetheVRsum)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2024년 가을에는 이 가상 세계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한 후 1차 프로토타입 행사가 열릴 것이다. 괴테VR숨은 2024년 말에 완료되어 2025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괴테VR숨은 다양하고 유연한 구조 덕분에 독일문화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의 교류, 재미있고 실험적인 학습, 소통이 가능한 고품질의 매력적인 환경을 필요로 하는 다른 협력기관과 문화기관 및 도서관들도 이용할 수 있다.
사진9. 괴테 VR숨 이미지 (출처: 독일문화원)
괴테VR숨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탑승구
사진10. 탑승구 모습 (출처: 독일문화원)
탑승 구역에서 이용자들은 괴테VR숨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우리의 마스코트인 도고(Doggo)가 방문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중요한 내용을 설명해 준다.
카페
사진11. 카페 모습 (출처: 독일문화원)
카페에서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일반 카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의 세계로 초대한다.
무대
사진12. 무대 모습 (출처: 독일문화원)
이 무대는 군타 스톨츠(Gunta Stölzl)의 섬유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스톨츠의 직조 형식을 건축 구조물로 자유롭게 변형시켰다. 이곳에서 콘서트와 공연 같은 주요 행사가 열린다.
연구실
사진13. 연구실 모습 (출처: 독일문화원)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접근방식과 새로운 형태 및 재료에 대한 탐색은 가상공간에서도 사람들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이 연구실에는 옥상 공간과 4개의 방이 있어서 워크숍, 팀 회의, 프레젠테이션, 브레인스토밍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옥상 공간
옥상 공간은 랩 위에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네트워킹 행사 또는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행사 중에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전시실
사진14. 전시실 공간 모습 (출처: 독일문화원)
이 네모난 공간은 전시회를 위한 것으로, 벽면이 흰색인 것은 예술 작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하얀 캔버스에서는 창의성에 한계가 없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계속해서 시험하고 실험해 보는 긴 여정을 거치는 중이다.
사진15. 바우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아바타 4종 중 하나 (출처: 독일문화원)
우리는 여러분이 메타버스의 세상으로 가는 이 환상적인 여행에 동참할 것을 권한다. 이 여행은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특별한 가상 세계를 완성함으로써 정점에 이를 것이다. 우리 사서들은 지식의 수호자일 뿐 아니라 혁신적인 경험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러분이 우리 공간을 이용해서 도서관 행사를 진행해 볼 것을 권한다. 괴테VR숨은 이곳에서 행사를 열어보고 싶어 하는 다른 문화기관과 도서관들에 열려 있다. 바우하우스의 문화를 보여주고 디지털 세상의 수많은 가능성에 문을 열어주는 가상 환경에 참여해 보자. 건축과 예술,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하여 영감을 주는 도서관 환경을 만드는지를 경험해 보자. 아이디어의 교환이 물리적 장벽으로 제한되지 않는 미래의 도서관을 상상해 보자.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의 가장 좋은 점들을 혼합한 혁신적인 환경에서 마음이 맞는 전 세계의 친구들을 만나보자. 우리의 메타버스는 2024년 말에 개관할 예정이다. 우리는 여러분이 이 공간에서 여러분의 행사를 열어볼 것을 권한다.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1)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구분을 없애 생성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새롭게 상호작용하며 활동하도록 하는 컴퓨팅 환경 (단어 출처: 신동형. Digital Insight 2023 공간 컴퓨팅이 가져올 세상.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82618&bcIdx=26112&parentSeq=26112)
2) 기획내용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게임플레이에 필요한 레벨디자인 구조를 예술적인 형태로 재구성하고 꾸민다. (용어 출처: NAVER 지식백과>한국직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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