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음악 문화 공공재 플랫폼, 의정부음악도서관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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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의정부음악도서관 사서 최영숙


2021년 개관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이하 음악도서관)은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지역의 역사적 • 문화적 특색을 반영하여 블랙뮤직 장르를 특화했다. 도서와 더불어 다양한 음반, 악보로 장서를 구성했으며, 음악도서관의 정체성을 담은 ’블랙뮤직 콘서트’, ‘버스킹 Stage 280’, ‘뮤직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음악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과 함께 만드는 음악 문화 공공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시를 투영한 도서관 브랜딩

의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6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미군 부대가 주둔했던 역사적, 문화적 특색이 있는 도시이다. 적어도 여섯 번은 강과 산이 변했을 긴 시간 속에서 도시와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망라하며 함께 변화해 왔다. 그 안에 쌓인 기억과 경험들은 우리의 삶 곳곳에 녹아들어 지금까지도 의정부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데, 마치 고유명사처럼 통용되는 ‘의정부 부대찌개’는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미8군 쇼는 한국 대중음악의 요람’이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의 케이팝이 미군 부대 내 클럽 쇼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만큼, 주한 미군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의정부에는, 1950년대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블랙뮤직(Black Music)1)이 부대 주변의 클럽들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다. 그렇다면 미군들이 모두 떠난 지금, 의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의정부는 여전히 음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도시다. 한국 힙합계의 전설로 불리는 뮤지션 부부를 중심으로 힙합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보이의 본국인 미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는 비보이 크루의 주 활동무대이기도 하다. 또한, 23회째를 맞은 ‘의정부 음악극 축제’와 2018년부터 이어온 ‘블랙뮤직 페스티벌’은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15년, 낡은 공원 부지 안에 공공도서관 건립을 계획하며 의정부 사서들은 도서관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했다. 틀에 박힌 획일적인 도서관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변치 않는 가치를 담으면서도, 무한히 변화할 가능성을 가진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치열하게 탐구하고 토론했던 그 시점이 바로 음악도서관 브랜딩의 시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1,2. 음악도서관 브랜딩 시기에 고민했던 흔적과 참고 이미지 (출처: 의정부시)

브랜딩이란 소비재, 기업, 특정한 장소 등에 대한 우리의 생각, 느낌, 경험의 집합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될 무형의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단시간에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흔히들, 브랜드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체성(Identity)을 꼽는데, 브랜드가 가진 철학, 이야기, 분위기와 지향점은 모두 정체성이 그 근원이기 때문이다. 음악도서관은 미군 부대가 주둔하며 우리 삶을 관통했던 도시의 기억과 경험, 이후의 변화를 모두 담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브랜딩 되었다.

음악도서관의 심벌은 이퀄라이저와 오르간 같은 음악적 요소를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되었다. 여기에 책과 도서관 건축 형태, 도시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반복된 선들의 리듬감을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시민들의 성장과 의정부의 행정구역을 상징하고 있다. 한글 로고는 교차하며 이어지는 선들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개개인의 연속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3. 의정부음악도서관 심벌 (출처: 의정부시)

책과 음악, 사람을 융합하는 공간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그의 책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 1989」에서 현대인의 고독감과 소외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3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3의 공간’이 사람들 간의 관계를 연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제3의 공간’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회적 지능과 사교성이 발달해 있고, 구성원 간 강한 연대감을 형성해 삶의 행복감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제3의 공간’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소통의 장이자 작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매력적인 공간, 긴장을 풀고 일상의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가까운 공간이다. 예를 들면 어떤 곳일까?

공공도서관은 인종, 성별, 연령,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이다. 음악도서관은 여기에 ‘음악적 감성’과 ‘특별한 경험’을 추가로 제안한다. 세계적인 식음료 기업인 스타벅스도 ‘제3의 공간’ 개념을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했는데, 핵심 키워드는 ‘체험’과 ‘감성’이었다.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경험과 기억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스타벅스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한 음료 판매점을 넘어 사회적 만남과 창작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연면적 1,691㎡ 규모에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진 음악도서관은 전면의 통창을 통해 사계절 공원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 편안한 소파에 앉아 읽던 책 한 구절에서 문득 떠오른 옛 추억은, 기분 좋은 경험으로 음악도서관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1층에는 장르별 음악 도서와 일반 도서를 배가한 북스테이지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오픈스테이지가 자리하고 있다. 벽과 문을 최소화하고 서가의 높이를 낮춰, 공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면에 그려진 그라피티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 1층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2층 라운지가 나타나는데, ‘시각적으로 1층과 연결된 중간층’이라는 뜻의 메자닌(Mezzanine)이다. 이곳에는 운율과 리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악보와 시, 고전문학을 비치했다.

3층은 전형적인 도서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독창적인 공간이다. 다양한 장르의 LP와 CD를 곳곳에 위치한 턴테이블과 CD플레이어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전문 음악감상실인 오디오룸과 공연장인 뮤직홀에서는 웅장하고 현장감 넘치는 음악감상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피아노 연습실과 작곡‧편집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음악 창작과 체험의 공간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4,5,6,7. 의정부음악도서관 내부 (출처: 의정부시)

사진8. 의정부음악도서관 내에 있는 턴테이블 (출처: 의정부시)

사진9. 의정부음악도서관 뮤직홀의 피아노 (출처: 의정부시)

음악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반, 악보, 영화, 음원, 공연 실황 등 다양한 웹콘텐츠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이 모든 자료는 무료로 대출도 가능하다. 의정부에서 직영하는 6개 공공도서관은 분담 수서 원칙에 따라 자관의 특성에 맞는 자료를 깊이 있게 수집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음악도서관은 음악 관련 도서와 음반, 악보의 수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지역 내 모든 도서관의 소장자료는 상호대차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도서관 어디에서나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따라서 자료의 물리적인 위치는 개별 도서관의 이용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음악도서관은 공연장과 공공도서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변신의 귀재(鬼才)다. 도서관의 공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금세 그 이유를 알아챌 수 있다. 평소에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 어느 날은 싱어송라이터의 열정적인 콘서트장이 되기도 하고, 작가 강연이 펼쳐지는 소극장, 피아노 연주회 무대로 변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해설이 더해진 음악 감상회가 열리는가 하면,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뮤직테라피, 내 맘속 이야기를 꼭꼭 눌러 담아보는 작사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주말 오후가 되면, 지역 내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각자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악기 연습을 하는 동아리실로도 변한다.

공공재의 가치, 그 무궁무진함

음악도서관은 이곳을 찾는 누구나 고품격 음악 문화를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강연과 공연을 기획하고, 다양한 분야의 음반과 악보, 도서 자료를 수집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과 젊은 인재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음악 문화 자원을 아카이빙 하는 기록물 보존소 역할도 하고 있다. 음악도서관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독서의 달 행사나 방학 독서 교실 등 기존 도서관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도서관만의 독창적인 대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첫째, 전문성을 갖추되 대중성을 잃지 않을 것. 둘째, 의정부에서만, 음악도서관이기에 기획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것. 셋째,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것.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음악도서관 사서들이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한번 살펴보자.

‘이제, 도서관을 구독하세요’라는 부제가 눈에 띄는 「취향의 발견」

음악과 책을 통해 나도 몰랐던 취향을 새롭게 발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바로 「취향의 발견」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서와 음악 전문가가 추천하는 장르별 LP, CD,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블라인드로 제공하는 정기구독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는 원하는 장르와 매체를 선택하면 책과 함께 턴테이블이나 CD플레이어를 포함한 블라인드 패키지를 제공받아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하며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다.

사진10,11. 취향의 발견 포스터 (출처: 의정부시)


하나의 음악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뮤직아카데미」와 「명사 추천 컬렉션」

「뮤직아카데미」는 대중성과 전문성을 아우르는 우리 도서관의 정체성이 가장 잘 반영된 프로그램으로, 2022년 클래식, 재즈에 이어 2023년 한국대중음악, 올해 상반기에는 국악을 주제로 강연과 정가(政歌) 공연을 개최했으며, 오는 12월에는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팝스타를 통해 다사다난한 팝의 역사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어렵게 섭외한 강연자와 연주자들, 각계 분야의 권위자들을 그냥 보내기엔 아쉬운 마음에 「명사 추천 컬렉션」을 기획했다. 음악도서관을 다녀간 뮤지션, 평론가, 시인, 방송국 PD, 영화음악 감독 등 명사들이 추천하는 음반에 촌철살인 추천사가 더해진 컬렉션은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매력과 재미를 선물한다.

고사양 음향 시스템과 음악 감상 프로그램

음악도서관은 고사양 음향시스템을 갖춘 뮤직홀과 오디오룸에서 상시 음악감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의 해설이 함께하는 ‘열두 번의 살롱 음악회’ 「십이율악회(十二律樂會)」, 날마다 다른 주제의 선곡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스타인웨이피아노 자동 연주회」와 「오디오룸 음악노트」, 음악 전공 청년들의 경험과 성장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보는 감상회 「음악코디의 북클릿」도 진행 중이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음악 문화 플랫폼

음악도서관은 시민들과 함께 음악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민 뮤지션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버스킹 Stage 280」은 도서관을 무대로 그들의 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미래의 음악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음악도서관을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연주 경험과 전문가의 총평을 제공하는 「영아티스트 콘서트」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이했다. 시민들의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위해 운영 중인 음악동아리 「악동forU」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성장한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콘서트를 통해 성취감과 자긍심이 삶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12. 버스킹 Stage 280 (출처: 의정부시)

사진13,14. 의정부음악도서관에서 열린 다양한 음악회 (출처: 의정부시)


장르와 악기 중심의 자체 개발 분류법 적용

음악도서관은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십진분류법 대신, 장르와 악기를 기반으로 한 자체 개발 분류법을 적용했다. 음반은 장르별로 A(재즈•블루스), B(R&B•소울), C(힙합), D(대중음악), G(클래식)를 기준으로 하위에 악기를 조합한 형태가 기본이며, 추가로 E(세계음악)는 대륙별, F(OST 외)는 기타 장르로 나누었다. 예를 들어, 재즈 아티스트 ‘빌 에반스(Bill Evans)’의 피아노 연주 음반은 A로 표기된 서가에서 청구기호 'A11 E92‘를 찾으면 된다. A는 장르(재즈•블루스), 11은 악기(피아노), E92는 저자의 고유번호(커터 샌본 저자기호표)를 조합했다.

악보는 음반의 장르별 분류와 달리, 악기를 기준으로 한다. 음악을 들을 때에는 장르를 먼저 선택하고 음반을 고르지만 연주에 필요한 악보는 악기에 따라 찾는 경우가 많기에, 음반은 장르를 기본으로, 악보는 악기에 장르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 악보 중 베토벤 작품집의 청구기호는 M11G B415로, M(악보)에 악기 11(피아노), 장르 G(클래식)를 결합하고 베토벤의 저자기호 B415를 더했다.


사진15. 의정부음악도서관만의 음악 분류법 (출처: 의정부시)

공공도서관의 가치와 음악도서관의 비전

공공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러한 경험의 시간이 쌓이면 개인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작은 변화들은 모여 사회를 바꾸는 건강한 원동력이 된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이 꼭 하나의 모습일 필요는 없다. 음악도서관은 책과 음악, 사람 그리고, 도시 고유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도서관이자 음악 문화 공공재 플랫폼이다. 이렇게 간결한 두 가지 명제를 현실로 구현해 내기 위해 우리 사서들은 오늘도 도서관 곳곳에 치열한 노력의 흔적과 결과물들을 담아낸다. ‘공공재’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품고 무궁무진하게 변화하고 확장하는 오늘의 도서관은 내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신념으로 묵묵히 전진하는 오늘의 사서들 또한, 도서관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

경기도 의정부시 장곡로 280

www.uilib.go.kr/music/index.do

031.828.4850

의정부음악도서관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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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에서 탄생한 음악. 블루스, 재즈, 소울, R&B, 힙합 등을 포함.

담당부서 : 국제교류홍보팀 (02-590-07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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