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라이브러리
사서칼럼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3-09-13
- 조회 3602
글_ 조금주 넥스트 라이브러리 대표 |
중국 공공도서관의 르네상스
최
근 4박5일 일정으로 상하이시 공공도서관 탐방을 다녀왔다. 탐방한 도서관은 총 6곳으로, 상하이시 대표 도서관인 상하이도서관(上海图书馆)과 더불어, 상하이도서관 동분관(上海图书馆东馆), 쉬자후이도서관(徐家汇书院), 푸동도서관(浦东图书馆), 창닝도서관(长宁区图书馆), 쟈딩도서관 분관(嘉定区图书馆清河路分馆)이다. 이들 상하이시 소재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세계의 추세와 발맞춰 변화하고 있는 중국 공공도서관의 최신동향을 살펴보았다.
사진 1. 상하이도서관 본관(출처: 조금주)
사진 2. 상하이 쉬자후이도서관(출처: 조금주)
최근 10년간 중국 공공도서관의 인프라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의 공공도서관 개수는 모두 3,217개관이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160개관이 늘어난 것으로, 약 8.8%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공공도서관 수를 비교해 보면 프랑스 4.8개관, 미국 3.2개관, 독일 12.9개관, 일본 2.1개관인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은 0.2개관으로 그 수는 여전히 상당히 적은 편이다. 또한 인구 대비 도서관 회원 수를 비교해보면 프랑스 11%, 일본 33.5%, 미국 50%, 캐나다 53%에 비하여, 중국은 인구의 0.5%만이 도서관 회원이다. 이는 인구 200명당 도서관 카드 1장인 셈으로, 중국 공공도서관의 현황이 상당히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준다(Think China, “The lack of public libraries in China is no a funding issue”, Aug 31, 2022).
이에 중국은 1997년 독서 장려와 독서 사회 건설을 위해 전국적인 ‘지식 사업’을 실시하고, 도서관 건설을 기반으로 지식 전파와 독서를 장려하며 사회 문명 개선을 목표로 대규모의 공공도서관 개관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신축하거나 개조하여 재개관한 중국의 공공도서관들 상황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소장 장서가 방대하고 건물 규모가 대형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2022년 9월 신규 개관한 상하이도서관 동분관은 단일 도서관 건물 기준,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그외 쉬자후이도서관, 취안저우시도서관, 닝보도서관 등도 아래 표와 같이 큰 규모로 많은 책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발생지인 우한에서도 우한중앙도서관(武漢図書館)이 총 140,000㎡에 달하는 대규모로 내년도 개관할 예정이다.
도서관명 |
건물 규모 |
장서 현황 |
좌석 수 |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22년 9월 신규 개관) |
115,000㎡ (지하 2층, 지상 7층) |
480만권 (3층 자료실 40만권, 어린이자료실 16만권 등) |
6,000석 |
쉬자후이도서관 (23년 1월 신규 개관) |
18,650㎡ (지하 2층, 지상 3층) |
20만권 |
800석 |
취안저우시도서관 (19년 12월 재개관) |
48,000㎡ |
140만권 |
- |
닝보도서관 (18년 재개관) |
31,800㎡ |
인쇄 장서 150만권 전자 자료 350만점 |
2,000석 |
표 1. 최근 개관한 중국 대규모 도서관 현황
2022년 워싱턴포스트지 논설 “공공도서관의 황금시대가 다시 도래하다(The Golden Age of Public Libraries Dawns Again)”의 내용처럼, 가히 중국 공공도서관의 르네상스가 찾아온 것 같다(The Washington Post, “The golden age of public libraries dawns again”, Jan 1, 2022). 중국이 이처럼 공공도서관의 양적인 성장을 통해 지식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의심할 바 없이 공공도서관이 시민의 정신을 살찌우고 문화적 자신감을 키우는 문화를 건설하는 초석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도서관은 흔들림 없이 미래 인재 양성의 기반으로서 도시의 도약을 담보하고 향후 중국의 경제적 번영과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수준 높은 정보 제공과 연구서비스 중심의 상하이도서관
사진 3. 상하이도서관 로비에 설치된 상하이도서관 (건물 전체를 알 수 있는) 모형 사진 (출처: 조금주)
필자는 2017년에 상하이도서관 본관을 방문했다. 그 사이 동분관의 개관과 맞물려 상하이도서관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제일 큰 변화는 도서관 내 디지털열람실(Digital Reading Room)과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가 사라진 것이다. 입구의 로봇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 모두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동분관으로 옮겨갔다. 대신 상하이도서관 본관은 자료 보관과 관리, 수준 높은 정보 및 자료 제공, 깊이 있는 연구자 지원 등의 전문 서비스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로써 상하이도서관 본관은 시를 대표하는 중앙도서관으로서 목적과 기능을 보다 분명히 하고 있다. 상하이도서관 본관은 총 면적 84,000㎡에 소장 장서 약 5,700만 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간과 장서의 20%만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기록보관소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동분관 개관과 맞물려 본관은 도서 문헌 정보자원, 기술혁신 연구개발자원, 사회과학 싱크탱크 연구 자원, 상하이 지역정보 연구 자원 등의 수준 높은 정보와 연구 지원 서비스를 지향하는 기관으로 그 목적을 전환했다. 이를 위해 전자 자료를 확충하고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도입 및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사서 상담 서비스(Consulting Services) 채널을 전화, 메신저, 이메일, 채팅 등으로 다각화했으며, 홈페이지에서 사서에게 바로 질문할 수 있도록 온라인 상담(Online Consultation) 채널 바로가기 서비스도 마련했다.
더불어 연구 지원 도서관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공동 지식 내비게이션 스테이션(网上联合知识导航站)’을 통해 7개 국가 및 지역 전문가 130명과 49개 도서관 및 기관이 참여하여 참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시각화, AR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도서관이 소장하는 고대 서적, 족보, 원고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자원과 데이터 기반 정량분석, 시각적 디스플레이, 텍스트 분석까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상하이의 역사 인문학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현하여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그동안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각 분야 교수 및 문화예술계 전문가 초빙 강연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상하이도서관이 소장하는 오래된 희귀 고서들을 스캔하여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 오래된 음악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이전 기획 전시들도 디지털로 아카이빙해서 홈페이지에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수준 높은 강연과 깊이 있는 전시들의 가치를 오래 보전하고, 이용자들이 이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며 기록 문화를 창출하는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장서보다 연결 중심의 문화예술 교류 공동체
IFLA가 2022년 6월 27일 발표한 보고서 ‘도서관을 통한 도시 재생, 활성화 및 변화(Regenerating, Revitalising and Transforming Cities with Libraries)’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이 문해력 제공이나 지역 메모리를 위한 공간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 조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 중심 전문 서비스를 지향하는 상하이도서관 본관과는 대조적으로 동분관은 건물 공간의 80% 이상을 커뮤니티 활동을 위해 배치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장서(Collections) 중심 도서관에서 벗어나, 연결(Connection) 중심의 복합문화센터로서 ‘문화예술 교류 공동체’를 지향한다.
동분관에는 750석 규모 강의실과 소상영실, 스튜디오, 실내 공연장, 22개의 테마 독서 서비스 공간을 비롯해 스마트 문화 창의 공간과 세미나실, 평생학습실, 조용한 열람실 등이 갖춰져 있다. 도서 대출과 전시, 활동에 더하여 모든 유형의 미디어 서비스와 매년 200회 이상의 강의 및 수천 건의 독서 및 학술 활동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 4, 5.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3층 자료실 설치 예술작품 ‘살아나는 글자’(출처: 조금주)
게다가 동분관은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열려있는 문화 예술공간으로서, 전 세계 각 지역의 당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많이 설치했다. 동분관하면 바로 떠오르는 아이콘적 이미지가 바로 쉬빙(Xu Bing)의 ‘살아나는 글자(Living Word)’이다. 한자 ‘새’를 해방시켜 3층 창 남쪽의 열람 공간을 가로지르는 작품인데, 테이블 중 하나에 놓인 거대한 흰색 책에서 842개의 아크릴 문자가 날아가 한자, 서체, 작은 인장으로 전이되고, 마지막으로 고대 중국 상형문자로 회귀한다. 허공에 매달린 글자들이 ‘의미의 기호’가 아닌 새의 형상을 닮아가는 ‘오브제’로 물질화 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함께 제공되는 AR 프로그램을 통해 그 모습을 모바일에서 캡처할 수도 있다.
사진 6.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지식의 탑’(출처: 조금주)
이외에도 동분관은 ‘매체: 글쓰기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중국 내외 예술가들의 영구 작품 10점을 설치함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건축물로 거듭나고 있다. 7,960개의 오래된 카탈로그 색인 카드로 구성된 미아 리우(Mia Liu)의 ‘지식의 탑(Tower of Knowledge)’,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자연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상하이 태생 작가 정충빈(Zheng Chongbin)의 ‘비행하는 돌(Flying Stones)’, 신문에 대한 추상적 해석을 제공하는 샨판(Shen Fan)의 ‘계절의 흐름(Passing of the Seasons)’ 등 동분관에 즐비한 유명 아티스트의 예술작품들은 이용자들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도서관의 공공 예술은 예술의 대중화를 촉진하며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자극하는 동시에 미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하이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쉬자후이도서관 로비에는 설치 미술품인 ‘빛 깨달음의 문(光启之门)’이 있다. 명나라 후기 정치가이자 학자 서광계(徐光啟, 1562~1633)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작품으로, 책이 빛과 같아 지혜를 계몽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쉬자후이의 랜드마크인 투산완박물관(土山湾博物馆)의 기념탑 아치에서 영감을 얻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인쇄되었다. 서양의 대성전과 동양의 탑, 전통 목구조와 현대 인쇄술이 한 쌍을 이루며 보여주는 조화는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고,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지며, 과학기술과 문화의 융합이라는 명제를 교묘하게 완성하고 있다.
사진 7, 8, 9. 고대 로마 바실리카 스타일의 쉬자후이도서관 설치 예술작품 ‘빛 깨달음의 문(光启之门)’(출처: 조금주)
이렇듯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에 서점, 카페, 갤러리, 사무실, 강의실, 과학 창의 실험실 등의 기능을 결합하여 전시 관람, 음악 감상, 강연 참가, 북클럽 참여, 친구들과의 모임 등 다채로운 문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도서관이 책을 위한 공간을 넘어, 문화센터, 갤러리 등 다양한 기능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책과 사람, 사람과 미술작품,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즉 문화예술 교류공동체이자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하이도서관 관장 첸 차오(陈超, Chen Chao)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상하이도서관 동분관은 차세대 도서관입니다. 책을 보관하고 대여하는 장소 또는 열람실일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위한 열린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시, 강의, 음악, 미술, 첨단 기술 체험, 심지어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일종의 ‘독서’가 됩니다.”
자동화, 빅데이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인공지능시스템
사진 10.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도서자동반납분류기(출처: 조금주)
상하이시는 최신 과학 기술과 첨단 기기 도입을 통해 중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도서관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동분관은 자동화, 빅데이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그리고 인공지능시스템과 같은 첨단기술로 ‘신구(新舊) 지능형 하이브리드 도서관(Intelligent Hybrid Library of The Old and The New)’으로 불린다. 우선 입구의 도서자동반납분류기는 차세대 스마트 물류분류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자율 주행을 하면서 도서관을 안내하고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사서도 십여 대가 넘는다.
사진 11.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전자책 대여 기기(출처: 조금주)
사진 12. 도서관 안내 및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돕는 로봇 사서 (출처: 조금주)
24시간 대출 가능한 예약 기기, 지능형 스크린이 설치된 스마트 서가들 덕분에 책 찾기도 수월해졌다. 600여칸이 넘는 전자책 대여 기기(E-Book Reader Self-Service)에는 한 대당 약 100여권의 전자책이 들어가는데, 빠짐없이 모두 대출 중이다. 어린이자료실에는 영어책 페이지에 가져다 대면 읽어주는 신통방통한 벌레 모양의 전자 펜이 들어있는 특수한 스마트 대여기기도 설치되어 있다. 쉬자후이도서관 역시 최신 개관한 도서관답게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대출반납은 로봇이나 키오스크 기기로 대신한다.
대규모 공공도서관마다 입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월을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 안내이다. 도서관의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서 진흥, 이용자 방문, 독서 환경, 장서 순환 등 다양한 정보를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상하이도서관 대형 미디어월은 실시간 대출과 반납 건수를 전일 동일 시간대와 비교해서 보여준다. 필자가 방문한 당시 오후 1시 30분에 대출된 책 수가 51,303권이고 반납된 도서가 55,818권이었다. 한시간 뒤 대출 책 수는 65,295권이고 반납 도서는 65,678권이었다. 시간당 약 1만권 이상이 대출되고 반납되는 셈이다. 그 옆에는 매달 주제별 대출 베스트 도서 순위도 보여준다. 쉬자후이도서관에서는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 이용층이 10대에서 40대임을 그래픽으로 알려준다.
사진 13. 창닝도서관 넥스트 페이지의 AI 디지털 휴먼 키오스크 ‘신예(馨叶)’ (출처: 조금주)
창닝도서관 미디어월은 도서관 이용률 추이를 보여준다. 2017년 전체 대출 책 수가 약 114,000권에 불과했는데, 2019년 190,000권까지 상승했다가,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약 38,000권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22년에 275,474권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대폭 상승했다. 2022년 10월 도서관 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1층 로비를 리노베이션하면서, ‘넥스트 페이지(Next Page)’ 열람실을 조성하고, 도서 배달 로봇,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서가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전자 오디오북을 확충하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 페이지’ 열람실은 AI 디지털 휴먼 키오스크 ‘신예(馨叶)’에서 좌석을 예약한 후 위챗으로 이용자 얼굴을 인식한 후에 입장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취향에 맞게 책을 골라주고, 도서를 신청하면 로봇 ‘주하오팡탕(九号方糖)’이 이용자 좌석까지 도서를 배달해준다. 다 읽은 이용자는 다시 로봇을 불러 책을 반납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식당에서 음식 배달 로봇이 등장한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새로운 이용자를 도서관으로 끌어들이다
중국은 구글, 유튜브, 네이버, 카톡 등 외부 플랫폼이 허용되지 않는 폐쇄 사회이며, 소지품 검색기를 통과한 후에야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통제 사회이다. 그럼에도 상하이 동분관에서는 개방화되고 세계화되어가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공공도서관 내에는 식당이나 카페가 있는 곳이 별로 없다. 2,500석 좌석에 면적 규모가 49,589㎡인 심천도서관에도, 연면적 100,444㎡인 광저우도서관에도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가 없었다. 동분관은 지하 1층에 편의점과 카페만이 아니라 미국의 유명 체인점 KFC가 입점해 있다. 점심 시간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동분관의 건물 설계는 블랙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덴마크 코펜하겐 왕립 도서관, 덴마크 오르후스시 도큰(Dokk1), 캐나다 핼리팩스중앙도서관, 호주 빅토리아주립도서관 등 도서관 분야에서 인상적인 이력을 보유한 건축 회사 슈미트 해머 라센(Schmidt Hammer Lassen)이 맡았다. 동분관 서가에는 외국어로 된 다양한 전문 분야 장서가 다수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 언어로 “기술과학, 사회과학, 문학” 사인이 있을 정도이다.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과 협력하여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와 같은 특별기획 전시도 진행중이고, 도서관 직원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레퍼런스 데스크의 젊은 사서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사진 14.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서가(출처: 조금주)
동분관과 최근 개관한 쉬자후이도서관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하이시에서 이들 공공도서관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물론 상하이도서관 본관의 이용률은 동분관의 개관에도 별반 타격이 없어 보인다. 여전히 자료실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통로인 복도 좌석도 사람들로 가득하고, 서가 사이 구석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이들도 여전하다. 상하이 동분관이나 쉬자후이도서관에 비해 상하이도서관 본관은 주 이용자 연령층이 높다는 차이가 있을뿐, 코로나 이전에 비해 이용자가 크게 감소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충성 이용자들은 그대로 본관을 이용하고, 동분관과 쉬자후이도서관은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하는 데, 특히 동분관의 경우 MZ 세대에게 새롭게 도서관의 매력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이용자를 도서관으로 유도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자연 경관의 우수성과 어우러지는 공간 디자인이다. 쉬자후이도서관 2층과 3층에는 지붕을 떠받치도록 일렬로 세운 돌기둥형 콜로네이드(Colonnade) 발코니를 두고, 아름다운 도시 거리를 마주하는 계단식 야외 독서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광장을 무대로 계단식 좌석에 앉아 관객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극장식 구조로, 특히 2층 발코니에 숨겨진 작은 캔틸레버식 발판에 철책을 잡고 서서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도시를 바라볼 수도 있다. 옆의 쉬자후이 성당과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쉬자후이 전망대가 보이는 전망은 덤이다.
사진 15. 상하이도서관 동분관 남쪽 출구(출처: 조금주)
동분관은 상하이에서 가장 큰 센추리공원(世紀公園)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그 지리적 혜택 덕에 자연경관이 훌륭하다. 온통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어느 자리에서나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전체 외관은 공원 캐노피 위에 떠 있는 옥석처럼 보이며 투명한 외관 유리가 눈에 띈다. 단순한 북유럽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분할 레벨 디자인을 사용하여 많은 양의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전면에 원목을 사용하여 공간을 중화하고 있다. 멀리 상하이시내를 다 내려다볼 수도 있다.
상하이시의 성공 이유와 중국 공공도서관의 최신 동향
이들 공공도서관들의 성공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건물 규모의 대형화, 다채로운 문화예술 체험 제공, 최첨단 기술 활용, 세계화와 같은 여러 사유들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점도 있겠지만, 도서관의 접근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쉬자후이도서관의 경우, 지하철 1호선 쉬자후이역(徐家汇站)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도서관 1층 카페와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 9호선과 11호선 쉬자후이역에서도 조금만 걸으면 도착한다. 여기에 넓은 전용 지하주차장도 있다.
전통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 창닝도서관(长宁区图书馆)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바로 연결되고, 건물 지하 두 개 층이 모두 주차장이다. 상하이도서관 동분관은 지하철 2호선 상하이과학기술박물관(上海科技馆)역 3번 출구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다. 지하 주차장도 마치 백화점 주차장을 연상시킬 만큼 넓고 공간도 많다. 용이한 접근성 덕분에 여행 캐리어를 혼자서 끌고 다니는 어린이 이용자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가방에서 15권의 책을 꺼내어 한번에 반납하고 다시 대출해간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상하이시내의 모든 도서관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상하이시 총 256개의 공공도서관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하나의 회원카드로 사용하게 한, 상하이 도서관통합시스템 덕분이다. 이른바 “하나의 도시, 하나의 네트워크, 하나의 카드, 하나의 시스템(上海市中心图书馆 一城一网一卡一系统一卡通)” 정책이다. 2021년말 기준, 상하이 중앙도서관시스템의 ‘원카드(一卡通)’ 등록 회원 수는 4,751,755명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서를 대출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도서를 검색하여 원하는 도서가 있는 도서관에 직접 가야 하지만, 반납은 상하이시 전역의 어느 도서관에서나 가능하다. 한번에 15권까지, 대여기간은 최대 56일이다.
상하이시 공공도서관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본관과 동분관으로 기능과 성격을 나눔으로써 상하이시가 추구하는 도서관 이미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스마트한 미래 도서관이다. 동분관 신축 및 본관 공간 개선으로 도서관 시설과 장비를 업데이트 하고, 서비스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 개편한 상하이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내세우는 표어가 ‘중국문화를 전파하는 밝은 창(传播中华文化的明亮 窗口)’이다. 차세대 도서관 시스템과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디지털 인문학 정보를 생산, 제공하는 ‘상하이 메모리(Shanghai Memory)’ 디지털 도서관을 도입하는 등 상하이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며 전달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상 상하이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중국 공공도서관의 최신 서비스 동향을 살펴보았다. 건물 규모의 대형화, 최대 공간 개방화, 지능형 도서관시스템 도입,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화 활동 제공 등 현재 세계 공공도서관들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며 시대적 특성과 이용자의 변화된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진보된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서관의 혁신과 진화를 거듭하며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 고품질 전문 서비스 제공 등 중국적인 스마트 복합도서관을 구축을 지향하는 한편,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시스템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 특화 공공도서관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참고문헌
拱佳蔚 (2023). 大阅读时代公共图书馆阅读推广的创新思维与 实践 -以上海图书馆东馆为例, <图书馆杂志>, 2.
吴建中 (2022). 从上海图书馆东馆设计看全球图书馆建筑发展趋势, <图书馆杂志>, 6.
于云龙, 李翔宁 (2022). 从知识庙堂到移动城市:评上海图书馆东馆”, 图书馆杂志, <图书馆杂志>, 7.
陈 超 (2022). 大阅读时代智慧复合型图书馆发展战略思考, <图书馆杂志>, 6.
陈 超 (2022). 宏图伟业七十载,踔厉奋发向未来 -写在上海图书馆建馆70周年之际, <图书馆杂志>, 7.
IFLA (2022). Regenerating, Revitalising and Transforming Cities with Libraries. https://repository.Ifla.org/handle/123456789/1967
The Washington Post (2022. 01). The golden age of public libraries dawns again.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2/01/01/public-libraries-golden-age
Think China (2022. 08). The lack of public libraries in China is no a funding issue. https://www.thinkchina.sg/lack-public-libraries-china-not-funding-issue
澎湃新闻 (2022. 09), 11.5万平方米的上图东馆,如何量身定制公共艺术品?. https://m.thepaper.cn/newsDetail_forward_20112708
도서관 홈페이지 사이트
상하이도서관(上海图书馆) http://www.library.sh.cn
상하이도서관동분관(上海图书馆东馆) https://www.library.sh.cn/service/visit
쟈딩도서관분관(嘉定区图书馆清河路分馆) http://www.whjd.sh.cn
창닝도서관(长宁区图书馆) http://www.cnqlib.sh.cn
푸동도서관(浦东图书馆) http://www.pdli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