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라이브러리
포커스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2-10-06
- 조회 2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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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메타버스를 제2의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도서관계에서도 이미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도서관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번 월드라이브러리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도서관계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을 토대로 메타버스의 실체, 주요한 쟁점들, 그리고 메타버스를 통한 도서관 공간의 확장과 함께 기존 도서관 공간들의 균형감 있는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실체: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메타버스가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어원적으로 ‘현실 세계를 초월한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국내 메타버스 전문가들이 내리고 있는 정의들을 종합해 보면 “현실 세계 속 나의 대리인인 아바타를 만들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자유롭게 오고 가며 사회·문화·경제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상 세계”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메타버스 자체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이라서 우리가 상상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경험할 수는 없다. 이런 메타버스를 우리가 경험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우리는 메타버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것을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부르고 있다. 신문 등 언론매체들을 통해서 한 번쯤 들어봤거나 아니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접해 본 적이 있는 제페토(ZEPETO), 이프랜드(Ifland), 게더타운(gathertown), 로블록스(Roblox)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요한 사례들이다. 각각의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각자의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구체화하고 구체화된 메타버스 세계관에 최신의 IT 기술들을 적용하여 구현해냄으로써 우리가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리하면 도서관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만들어내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창조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도서관이 메타버스와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다. 즉, 도서관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거나 제공한다는 것은 도서관이 아닌 다른 주체가 자신만의 메타버스 세계관과 기술적 요소를 반영하여 만들어낸 특정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도서관이 활용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 도서관의 기능과 서비스에 완전히 최적화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도서관계도 가까운 미래에 도서관만의 메타버스 세계관과 기술적 요소가 적용된 ‘도서관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어 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공공도서관을 포함한 단위 도서관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구현하고자 한다면, 선택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내재하고 있는 메타버스 세계관 및 기술적 요소들이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어떤 이용자 그룹에게 어떤 가상 세계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 봐야 한다.
2. 4가지 주요 쟁점
① 메타버스 플랫폼이 먼저인가? 기획이 먼저인가?
2021년도의 경우 도서관계에서 주로 많이 사용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단연 제페토라고 할 수 있다. 2021년도 전반부에 선도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작한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제페토를 사용하였고 그 이후에도 제페토는 국내 도서관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1년 후반부부터 국내 도서관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의 선호도가 제페토에서 게더타운 쪽으로 넘어가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기능과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해 보니 제약사항이 많다는 사용 경험들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도서관에서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특정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정해 놓고 해당 메타버스 플랫폼에 도서관 서비스를 맞추기보다는 도서관이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에게 어떤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지를 먼저 기획하고 그 기획 내용에 부합되는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그다음에 선정할 필요가 있다.
② 직접 제작하고 운영할 것인가?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것인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기획하고 적절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정하였다면 다음으로 고민이 되는 것은 도서관이 직접 가상 공간을 제작하고 서비스를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도서관이 직접 제작하고 운영할 경우에는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해당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 공간을 구축해 본 경험이 부족할 경우, 가상 공간을 제작하고 운영하는데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에는 직접 제작할 때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지만 빠른 시간 내에 고품질의 가상 공간을 제작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볼 때 규모가 크거나 예산이 충분한 도서관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 및 운영에 전문 능력을 갖춘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하여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위 도서관들은 도서관에서 직접 제작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이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는 것과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는 도서관 상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를 하더라도 도서관이 메타버스 서비스의 방향성과 가상 공간의 구성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기획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외부 전문 업체가 납품한 최종 결과물이 처음 도서관의 기획 의도와 상당 부분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③ 재현할 것인가? 보완/재창조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서관이 폐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메타버스 플랫폼에 구현된 많은 가상 도서관들을 살펴보면, 현실 세계 속 도서관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들이 많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이용자들에게는 현실 세계 속 도서관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가상 도서관이 반갑고 신기하였을 것이다. 이용자들은 재현된 가상 도서관에서 ‘메타버스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가상 도서관에서 인증샷 찍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딩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경험하였다. 이와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는 가상 세계의 장점을 살려서 현실 세계 속 도서관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공간을 가상 공간으로 구현하거나 현실 세계 속 도서관에서는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여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사례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 속에서는 공간과 예산 부족으로 구현하지 못한 라키비움을 가상 세계에 구현하여 현실 세계의 도서관의 기능을 보완한 사례가 있으며, 기존 정보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게임 형태로 만들어 이용자 아바타가 각 단계별로 교육 내용을 학습하고 이수할 수 있도록 구현한 사례들이 있었다.
요컨대, 현실 세계 속 도서관 서비스를 가상 세계에 그대로 재현할 것인가?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제약 사항이 많은 도서관 서비스를 가상 세계 속 가상 도서관으로 보완하거나 새롭게 재창조할 것인가?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에서 벗어나 점차 대면 서비스가 확대되어 가는 현시점에서는 재현보다는 보완과 재창조 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④ 경영 전략으로 접근할 것인가? 단위 업무로 접근할 것인가?
앞서 제시한 메타버스 서비스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은 결국 도서관이 이 문제를 도서관 경영전략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단위 업무적 측면에서 접근할 것인가에 따라 운영 방식 및 운영 성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선택 사항은 도서관의 서비스 목적과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할 것이다. 만약 도서관 경영 전략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도서관 운영 계획 수립 시 주요 사업 항목에 메타버스 서비스를 배정하고 이와 관련한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개별 사서의 단위 업무로 배정하고자 한다면 메타버스 서비스의 기획, 구축,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재교육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이와 함께 사서에게 기존 업무와 더불어 하나의 업무를 더 추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고품질의 차별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 그리고 담당자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가 있을 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3. 도서관 공간의 확장 및 균형적 활용
도서관은 앞으로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3차원 가상 공간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서관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도서관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은 ‘3차원 가상 공간’ 외에도 ‘3차원 물리 공간’, ‘2차원 웹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각각의 도서관 공간들은 각자의 존재 이유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도서관은 이 3가지 도서관 공간을 서비스 목적과 상황에 따라 균형감 있게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① 3가지 도서관 공간과 특징
첫 번째 공간은 우리에게 익숙한 ‘3차원 물리 공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방문하게 되는 현실 세계 속 도서관 공간을 생각해 보면 된다. 3차원 물리 공간으로서 도서관 공간이 가지는 특징은 ‘물리적 현장성 및 실재성’이다. 3차원 물리 공간에서는 실체를 가진 이용자와 실체를 가진 자료 간에 오감을 통한 감각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실체를 가진 이용자와 실체를 가진 사서 간의 언어적/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정서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또한 실체를 가진 이용자와 실체를 가진 도서관 건물 간의 건축 디자인 요소를 통한 공감각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3차원 물리적 공간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복합적인 정서 교류와 함께 내가 그곳에 있다는 실재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3차원 물리 공간으로서 도서관 공간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이다.
두 번째 공간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도서관에 편입된 ‘2차원 웹 공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도서관 홈페이지 또는 전자도서관을 생각해 보면 된다. 2차원 웹 공간으로서 도서관 공간이 가지는 특징은 ‘가상적 비동시성과 효율성’이다. 3차원 물리 공간과 달리 인터넷 상의 존재하는 2차원 웹 공간의 경우, 텍스트나 이미지, 동영상 형태의 자료들을 올려두고 이용자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해당 자료들에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다. 즉, 도서관 이용자들은 같은 시공간에 동시에 존재하지 않아도 도서관 서비스를 비동시적으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2차원 웹 페이지의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 설명할 ‘3차원 가상 공간’과 비교할 때 ‘2차원 웹 공간’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3차원 가상 공간처럼 별도의 아바타를 만들어 조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PC를 사용한다면 마우스의 조작과 클릭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손가락과 터치만으로 2차원 웹 페이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서비스 측면에서 보면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중요한 도서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공간은 아바타로 돌아다니는 ‘3차원 가상 공간’이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제페토,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생각해 보면 된다. 3차원 가상 공간이 도서관 공간으로서 가지는 특징은 ‘가상적 동시성 및 재현성’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3차원 가상 공간 속에서는 나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엄밀히 말하면 다른 아바타들)과 동시적으로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며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도서관 서비스를 3차원 가상 공간에 그대로 재현하거나 재창조해냄으로써 실제 도서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즉,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이용자는 현실 세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도서관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차원 웹 공간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이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새로운 도서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1. 도서관의 3가지 공간과 특징 비교
② 도서관의 혁신은 3가지 도서관 공간의 균형적 활용에서 나온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이 도서관에 가져다줄 혁신적 요소는 지금까지의 도서관 공간들이 가진 한계점을 아바타로 돌아다니는 3차원 가상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도서관 서비스가 3차원 가상 공간에서 제공되어야 하는지 2차원 웹 공간에서 제공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3차원 물리 공간에서 제공되어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서비스의 목적과 각각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2차원 웹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도서관 서비스를 무리하게 3차원 가상 공간으로 옮겨 서비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 유명 유튜버가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해 비평했던 말을 빌려서 말해보면 ‘인터넷 서핑(surfing)을 해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인터넷 워킹(walking)을 하라1는 것은 혁신이라기보다는 퇴보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 패러다임이 도서관에 미칠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서관의 모든 서비스가 아바타에 기반한 3차원 가상 공간에 모두 최적화될 수는 없다. 앞으로 도서관은 도서관 공간에 대한 다차원적 시각을 가지고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3가지 도서관 공간들을 균형감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다 함께 모색해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_김규환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참고문헌)
김규환. 메타버스 세계 속 도서관 건립에 대해서. 도서관문화, 62(6). 2021. pp. 18-25.
김규환.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는 국회도서관의 대응 및 방향성. 국회도서관 70주년 기념행사 자료집. 2022. pp. 67-88.
김규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가상 도서관 구축 및 운영방안. 한국정보관리학회 동계 워크숍 자료집. 2022.
서상원, 김규환. 2021. 도서관 비대면서비스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선정에 관한 연구. 제 28회 한국정보관리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pp. 67-72.
이인화.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2021. 스토리프렌즈.
1미래채널 MyF. 신묘한 메타버스 생활 사전 <https://ytube.io/3V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