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카노페도서관
  • 작성부서 국제교류홍보팀
  • 등록일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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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엘리사 누빌(Elisa Neuville)

프랑스 카노페도서관(Canopée library) 사서


카노페도서관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팀과 서비스

파리의 68개 도서관 네트워크 중 하나인 카노페도서관(Canopée library)은 도시 문화와 디지털 문화에 맞추어 청각장애인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관이다. 파리 도심의 레알(Les Halles) 지구에 자리한 이 도서관은 6년 전 웨스트필드-레알(Westfield-Les Halles) 쇼핑몰 안에 있는 HEQ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파리의 주요 교통 중심지로, 1일 유동인구가 75만 명에 달한다. 연면적 1,060 m² 규모의 이 도서관은 45,500여 점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23명의 사서가 근무하고, 주말에는 학생 10명이 업무를 지원한다.

카노페도서관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팀(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 카노페도서관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팀(출처: 카노페도서관)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카노페도서관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자 모임의 장소이다. 도서관은 포용성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하고 있다.

파리시 도서관 네트워크에는 5개의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가 있는데 카노페도서관은 그중 하나이다.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에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한다. 모든 직원들은 프랑스수어(French Sign Language, FSL) 교육을 받으며, 수어로 이용자들을 맞이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에서는 또한 청각장애인 문화와 세계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며, 구어와 수어가 병행되는 행사를 진행한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시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여 ‘다양성 인증 라벨(Label Diversité)’ 수여한 바 있다.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 수어 통역사 겸 사서 레아(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2.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 수어 통역사 겸 사서 레아(출처: 카노페도서관)

카노페도서관의 직원 중 사서이자 수어 통역사인 레아(Léa)는 청각장애인이자, 청각장애인 이용자를 맞이하는 역할을 한다. 수어 통역사 겸 사서를 채용하기란 쉽지 않은데, 지원자 수가 적고,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에 대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으며, 이러한 직책이 있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아를 채용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 도서관에는 아주 큰 행운이었다!

팀원들의 인식 증진

프랑스수어 레슨(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3. 프랑스수어 레슨(출처: 카노페도서관)

모든 업무는 청각장애나 청각 상실의 다양한 유형에 대해 인지하고, 다양한 소통방식과 청각장애인 문화 그리고 수어에 대해 팀원들을 교육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언어 장벽이 실제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 의사소통과 관련한 의구심이나 고정관념, 우려를 제거하는 것이다. 레아는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괜찮다면서, 팀원들에게 기본 수어에 익숙해지는 동안 몸짓이나 글로 소통해도 된다고 말한다. 이는 팀원들을 안심시키고 신입 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중요한 단계이다. 이러한 ‘인식 증진을 위한 모닝 미팅(awareness morning meetings)’은 방학 중에 혹은 신입 직원이 있을 때 진행된다. 또 레아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온라인 도구나 게임을 통해 논의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1). 우리는 수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양측이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모두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민들의 인식 증진

도서관 이용자들의 인식을 증진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서관 이용 등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곳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근무하는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임을 설명한다. 비장애인 직원들이 접수대에서 구어와 수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동시에 몇 가지 기본 수어를 스크린 속 영상에 반복 재생되도록 하고 있다.

‘수어의 발견’ 워크숍(좌), ‘청각장애인의 삶’ 워크숍(우)(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4, 5. ‘수어의 발견’ 워크숍(좌), ‘청각장애인의 삶’ 워크숍(우)(출처: 카노페도서관)

더불어 우리는 다음과 같은 2개의 민감성 증진 워크숍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 참여를 권장한다.

- 수어의 발견(Découverte de la LSF) : 비장애인이 수어가 얼마나 근사한 언어인지 배우면서 청각장애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손과 몸 그리고 얼굴 표정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음에 놀란다.

- 청각장애인의 삶(Vis ma vie de Sourd·e) : 이 워크숍 참가자들은 소음차단 헤드폰을 착용하고 진행자를 따라 하면서 청각장애인의 소통 방식을 배우게 된다.

청각장애인들을 맞이하기

레아는 혼자서 혹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청각장애 아동들이나 청각장애인 지원단체들을 맞이한다. 이와 관련해서 특히 방문자의 연령이나 수어 능력 그리고 원하는 주제에 맞는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이다.

정기적인 구어/수어 행사

영유아들을 위해서 우리는 라콘티네(Racontines)스토리타임(Heures du conte)을 진행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구어와 수어 두 가지 언어로 제공되는데, 라콘티네는 0-3세 아동, 스토리타임은 4-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스토리타임(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6, 7. 스토리타임(출처: 카노페도서관)

구어/수어 스토리타임을 준비할 때 직원들은 구어와 수어를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책과 함께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동요(nursery rhyme)와 수어 노래를 고른다. 그런 다음 리허설을 통해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음률을 맞춘다.

보드게임의 밤(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8. 보드게임의 밤(출처: 카노페도서관)

카노페도서관은 격월로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의 밤’을 진행하는데, 이때도 수어 통역사가 배석한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이 행사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모두 인기가 있다.

또한, 수어로 진행하는 디지털 워크숍이 있으며, 청각장애 외국인이나 수어를 배우고 연습하기를 원하는 비장애인을 상대로 월 1회 프랑스수어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카노페도서관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집중적으로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기타 구어/수어 활동

뮤리엘 블로흐(Muriel Bloch)와의 대화(좌), 구어/수어 병행 생태학 토론(우)(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9, 10. 뮤리엘 블로흐(Muriel Bloch)와의 대화(좌), 구어/수어 병행 생태학 토론(우)(출처: 카노페도서관)

모든 팀원들에게 구어/수어 활동을 기획하여 준비하거나 진행하도록 독려한다. 도서관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다수 제공하지만, 건강과 생태학 현안 등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주제들도 다룬다. 가족 단위 이용자들을 위해서 창의성 워크숍, 게임 워크숍, 비디오 게임 등을 주기적으로 구어/수어 활동에 포함시킨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렇게 구어/수어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수어 통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비장애인은 청각장애인이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본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통역사가 통역할 시간을 주고, 청각장애인이 얼마나 수다스러울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소설 “해파리는 귀가 없다(Les Méduses n’ont pas d’oreilles)”의 저자 아델 로젠펠드(Adèle Rosenfeld)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서서히 청각을 상실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이야기를 할 때 청각장애인들의 시선이 자신이 아니라 통역사에게 집중된다는 것도 그러한 행사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어 통역사

수어 통역팀(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1. 수어 통역팀(출처: 카노페도서관)

수어 통역사는 회의나 팀 간 협력 같은 내부 업무와 구어/수어 활동 제공 등 이용자 지원 업무 모두에서 주요한 협력자다. 통역이 필요하면 행사일 10일 전에 인사과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해당 날짜와 시간에 가능한 통역사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부 업무의 경우, 일반 회의나 청각장애인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 또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수어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소통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만 통역사를 요청한다. 도서관 접수대에서나 점심시간, 사무실 또는 복도에서는 수어 수준이 달라도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편이다.

다양한 소통방법으로 이용자에게 프로그램 홍보하기

수어를 기본 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언제나 구어와 읽기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청각장애 아동은 비장애인 아동에 비해 읽기를 더 늦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장애인 대상 활동을 위해서 레아는 체계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는데, 이 과정은 편집 기술 그리고 특히 구어를 수어로 바꾸거나 자막을 삽입하기 위한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도서관에 막 들어서면 간단한 수어를 가르쳐주는 영상을 포함해 우리가 제작한 모든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화면을 볼 수 있다.

접수대 화면의 수어 영상(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2. 접수대 화면의 수어 영상(출처: 카노페도서관)

아래는 관련하여 참조할 수 있는 영상들이다.

- 사무실에 도착한 티파니: https://youtu.be/x7kU7L0CKcQ?si=GETK3gMJ5X9qFjqr

- 누목 축제(Numok Festival): https://youtu.be/NVj9cy9CtUc

- 탈출 게임 ‘코르네비두이우(Cornebidouille)’: https://www.youtube.com/watch?v=_LBesHCuzak

비블리오피(Bibliopi)

비블리오피 배너(출처: 카노페도서관)

그림 1. 비블리오피 배너(출처: 카노페도서관)

비블리오피(Bibliopi)는 파리시 내의 5개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로 이루어진 네트워크이다. 5개 센터는 시각적 정체성과 몇 가지 공통된 로고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공동의 의사소통 헌장을 만들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공동 관리하여 청각장애인 공동체와 관련한 모든 활동과 정보를 수집하여 공유한다. 또한, 비블리오피는 모든 직원이 참여하여 피드백을 제공하고, 수어를 통역하고, 도서관의 일상과 자원을 공유하는 블로그이자 정보의 수장고이다. 지역사회 내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행사인 ‘빛의 축제(Fêtes des lumières)’에서도 비블리오피의 활동이 특별히 언급된 바 있다. 비블리오피 자체적으로도 연 1회 ‘비블리오피 축제(Bibliopi en fête)’를 열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협력자들

‘필라 필라 마나니’ 공연(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3. ‘필라 필라 마나니’ 공연(출처: 카노페도서관)

도서관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협력자들이 있다. 이들은 도서관에서 외부 행사를 기획하여 나갈 때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Élysées)과 함께 한 (수어 통역사가 수어로 부른) 수어 노래나,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Pinault Collection) 작품들 사이에서 수어로 진행한 워크숍이 그 예이다. 또한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은 해마다 공공정보도서관(Bibliothèque publique d’information)의 ‘불법 침입(Effractions) 축제 중에 선보일 구어/수어 퍼포먼스와 문학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파리아틀리에(l’Atelier de Paris)에서도 아틀리에에서 제작한 무용극을 방송하거나 공연할 장소를 찾곤 하는데, 카노페도서관에 주기적으로 협업을 제안한다. 작년에는 ‘필라 필라 마나니(Fila Fila Manani)’라는 제목의 공연에서 티디아니 응디아예(Tidiani N’Diaye)와 함께 청각장애인 무용수인 투메트 레온(Thumette Léon)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카노페도서관의 장서

레아는 회의 수어 통역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세계’ 섹션과 ‘수어’ 섹션을 담당한다.

‘수어’ 섹션

‘수어’ 섹션(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4, 15. ‘수어’ 섹션(출처: 카노페도서관)

이 섹션은 다양한 수어들을 다루기 때문에 ‘프랑스수어’가 아니라 ‘수어’ 섹션이라고 불린다. 우리는 미국수어, 국제수어(International Sign Language), 벨기에-프랑스수어 등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뒷면(도서의 상단 모서리) 또는 전면 표지(우측 상단 모서리)에 자홍색 바탕에 손 모양이 있는 로고를 부착하여 전용 서가에 진열한다. 단, (성인용과 아동용 모두) 수어 부문의 편집 제작 상황이 매우 열악하여 신착 자료가 흔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청각장애인의 세계’ 섹션

‘청각장애인 깃발’(출처: 카노페도서관)

그림 2. ‘청각장애인 깃발’(출처: 카노페도서관)2)

카노페도서관의 자료 정책은 도서관의 포용적인 정책에 발맞춰 모두를 위해 배움과 문화 접근성, 정보, 독서의 즐거움을 증진한다는 목표를 따른다. 장서는 여가와 시사에 집중되어 있으며 ‘청각장애인의 세계’ 섹션은 대중의 주요 관심사에 맞는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뒤표지(상단 및 모서리)나 앞표지(우측 상단 모서리)에 있는 (청각장애인 공동체를 상징하는)청각장애인 깃발(deaf flag)’ 로고 덕분에 도서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자료

5개의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는 공용 컴퓨터에서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메디아피(Médiapi)에 가입되어 있다. 메디아피는 수어와 구어로 된 ‘피수르(Pi’Sourd)’와 함께 국내외 뉴스를 수집하여 전달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독립 언론이다. 파리시 도서관들은 홈페이지에서 일부 온라인 자료를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 접근성은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로, 이용자들을 위한 학습 플랫폼인 ToutApprendre.com의 ‘고속도로 표지와 규정’ 지침서는 수어 번역이나 통역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이에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는 청각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한 문제들을 목록화하여 도서관 홈페이지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위해 실무단을 구성한 상황이다.

청소년 도서의 수어 통역본 제작

수어 통역본 예시(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6. 수어 통역본 예시(출처: 카노페도서관)

청각장애인 직원들은 우수한 아동 도서의 수어 통역본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수어 통역을 영상에 담아 DVD로 제작한 후 원본 앨범과 함께 제공한다. 통역본은 도서관의 루이즈 월저-가일라드(Louise Walser-Gaillard)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데, 이를 위한 연습과 촬영, 편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러한 자료는 ‘정보사회에서의 저작권 및 관련 권리에 관한 법률(DADVSI)’과 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예외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작된다. 파리시의 도서관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들은 문화부로부터 일부 도서를 수어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제작된 자료들은 프랑스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이 운영하는 플랫폼 플라톤(Platon)에 업로드되어 프랑스 내의 모든 도서관에 제공된다.

청각장애와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문화

프랑스수어와 청각장애인 통합

2005년 2월 11일, 프랑스에서는 장애인의 권리와 기회 평등에 관한 중요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수어도 ‘온전한 하나의 언어’로서 법률에 명시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헌법에 명시되지는 않음.) 사실 대다수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청각장애는 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사회적이며 문화적인 산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것은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적응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보다 쉽게 통합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인력과 예산을 투자할 때 나올 수 있는 결과이며 다른 동료 직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청각장애인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에 관한 법률이 생겼다고 해서 이들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모든 사회적 포용 절차가 수립되어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된다.

통합과 포함의 차이(출처: 카노페도서관)

그림 3. 통합과 포함의 차이(출처: 카노페도서관)

이 문제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회사에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회의를 하려면 수어 통역사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통역 비용은 ‘장애인 지원사업(Mission Handicap)’이라는 고정 예산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 회사가 스페인어 사용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프랑스어-스페인어 통역사를 쓸 때는 ‘장애’ 예산과 전혀 상관이 없는 예산에서 통역비가 나온다. 통역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그룹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일종의 ‘도구’인데 왜 수어를 다른 언어와 구분해서 다루느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청각장애의 이점’: 청각장애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

또 한편으로는 청각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이점으로 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도움이 된다. 이 개념을 확장해 본다면,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혼합된 환경은 전문영역에서와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우리는 흔히 간과되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아는 것’과 같은 기술들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얼굴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이 말할 차례를 배려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기간은 특히 우리 청각장애인 동료들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로 입술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게 되어 의사소통이 심각하게 제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동료들이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당시 카노페도서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던 학생 수어 통역자들의 도움이 컸다. 이들 중 일부는 계약직 학생 근로자로 주말에 근무했는데, 이후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돕는다는 취지 하에 청각장애인 계약직 학생 근로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수어로 수다 떨기 워크숍’(출처: 카노페도서관)

사진 17. ‘수어로 수다 떨기 워크숍’(출처: 카노페도서관)

이 프로젝트 덕분에 프랑스 서적 업계에서 수여하는 리브르 에브도(Livres Hebdo) 상의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심사위원 인기상(Coup de coeur du jury)’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일상적 활동을 통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지원하고, (봉쇄 기간 중에 온라인으로 제공되면서 외국의 청각장애인들까지도 참여할 수 있었던) ‘수어로 수다 떨기 워크숍(FSL chatting workshop)’과 같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고안할 수 있었다. 현재 카노페도서관은 프랑스와 다른 나라에서 청각장애인을 지원하는 여러 단체들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협력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 신규 직원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게임을 이용한다: https://www.entendonsnousbien.com/index.html

2) 로고는 청각장애인을 묘사하거나 청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소설 또는 비소설 도서에 부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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